[인터뷰] "저는 성공한 덕후입니다" 정규영 CD

오월벳[인터뷰] "저는 성공한 덕후입니다" 정규영 CD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5.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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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맛있는 생활’(おいしい生活)' 1982년 일본 세이부백화점의 카피이다. 이 카피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모두 최고의 카피 중의 하나로 꼽히면서, 아직까지도 오월벳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일본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은 1963년 이후 "카피연감"을 발간하는 등 우수한 오월벳 카피를 소개하고 있다. "카피연감"은시대성과 문화를오월벳라는 측면에서 반영하고, 카피에 관해서는 바이블적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규영 CD는 최근수많은 일본어 카피 중 200개를 선정, 최근에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을 발간했다. 정규영 CD로부터 최근에 발간한 책과 오월벳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월벳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월벳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규영입니다. 저는 1997년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오월벳 일을 시작해 오월벳회사와 제작사를 오가며 28년째 오월벳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월벳회사 렛잇플로우 이사와 제작사 씨세븐플래닝즈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사이버대학교 오월벳미디어학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어 명오월벳 핸드북"라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어떤 책인가요?

200편의 일본의 명오월벳를 해설한 책입니다. 2023년부터 일본 오월벳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여기서 소개됐던 오월벳를 포함해서 주로 TCC(도쿄 오월벳라이터스 클럽)이 매년 발간하는 오월벳연감에 수록된 오월벳들을 골랐습니다.

CD님께서는 일본어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우연한 덕질로부터 시작됐습니다. 4년 전쯤 유튜브를 통해 80년대 일본의 아이돌 가수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라는 곡을 우연히 접한 후 푹 빠져버렸습니다. 매일 같이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마츠다 세이코 노래를 제대로 가사도 해석해 보고, 또 일본인들과 그녀와 그녀의 음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회사 근처의 학원에 등록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매주 원어민 선생님과 화상으로 회화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어떤 언어를 빠르게 배우기 위해서는 연애를 하거나 덕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후자였던 것이었죠.

오월벳

일본어 명오월벳 200개를 선정하셨는데요.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인생, 일상, 꿈, 일, 관계 등 다섯 가지 분야에 걸쳐서 제가 가장 많이 감응했던 오월벳들을 골랐습니다. 오월벳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 아이디어나 발상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습니다.

200개 중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200개의 오월벳 중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두 좋아하는 오월벳입니다. 수많은 오월벳중에서 제가 아카이브한 몇천 개의 오월벳중 고르고 고른 것이니까요.그래도 하나를 고르자고 한다면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라는 오월벳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책의 표지에 인쇄된대표 오월벳이기도 합니다.평범하고 단순한 문장인데, 서로 모순된 단어들의 조합으로 인생의 진실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오월벳와 한국 오월벳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카피 측면에서 말씀해 주세요.

저도 깊이 연구를 한 일본오월벳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찾아보고 좋아한 카피들을 기준으로 말씀드려본다면,일본오월벳는 "상대적으로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카피가 많다"라고 하고 싶습니다.말을 건다는 것은 내 주장을 푸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던지면서 공감을 전하는 스타일이 많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오월벳카피에도 그런 종류들이 적지 않지만, 비율적으로 볼 때 일본 쪽의 오월벳가 그런 측면이 더 많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문학적인 느낌의 오월벳가 많습니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의 오월벳 계열도 분명히 있지만 업계에서 사랑받고 오래 기억되는 오월벳들은 문학적 표현이 담긴 오월벳들이 많은데 하이쿠나 센류 같은 전통 시를 아직도 많이 짓고 향유한다거나, 꾸준히 훌륭한 문학작품이 계속 나오고 사랑받는 문학적 저변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CD님께서는 어떻게 오월벳계 입문하시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전공 공부보다는 만화동아리, 학생회, 학보사 등 활동을 더 열중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홍보 선전물을 많이 만들었는데, 대중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크리에이티브하게 전달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월벳 회사에 지원하게 됐어요.

막연히 오월벳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오월벳에 대해 전혀 정보나 지식은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전공이 경상 계열이다 보니 AE로 입사했어요.막상 들어가서 보니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는데, 그게 제작팀 쪽이었던 거죠.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기획 파트에서 미디어 파트로는 직무 전환이 종종 있었는데, 제작 파트로는 흔치 않았지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그런 희망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제가 워낙 아이디어 내고 카피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AE인데도 회의에 들어가면 늘 콘티를 짜오거나, 썸네일을 그리거나, 카피를 만들어서 발표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CM플래너 선배가 눈여겨 보고 있다가, 결원이 났을 때 저를 추천해주셔서 크리에이터로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CD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무엇인가요?

저는 현대증권 에이블 캠페인을 좋아합니다. 프로덕션의 기획실장으로 참여해서 메인 오월벳와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제안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던 프로젝트입니다. 저의 전략과아이디어, 콘티,오월벳로 성공적인 캠페인을 오래할 수 있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이 영상을 잘 만들고, BGM도 감각적으로 잘 선택해서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받은 시리즈가 됐습니다. 당시 현대증권의 브랜딩에도 크게 이바지했던 프로젝트였죠.

오월벳인으로서 오월벳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콘셉트등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들의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오월벳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같은 연배의 다른 사람들보다 신선한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월벳

오월벳산업이 많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오월벳인을 꿈꾸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좋은 오월벳인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오월벳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고 유연하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오월벳의 역할이나 범위 등도 바뀌고 오월벳의 양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을 수 있게 받아들이는 마인드가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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