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동아 룰렛사태, 50년 만에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신인섭 칼럼] 동아 룰렛사태, 50년 만에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5.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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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아마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언론의 역사에 남은 사건 가운데 하나는 50년 전 동아일보에서 하루아침에 룰렛가 사라진 일일 것이다. 흔히 동아 룰렛 사태라 부른다. 우리 말은 물론이고 영문으로 검색해도 수두룩이이 사건에 관한 보도가 나온다. 1974년 12월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서 이듬해 봄까지 동아일보와 자매지, 그리고 방송까지 모든 영업 룰렛가 사라진 사건이었다. 신문사 경영에 심한 타격이 갔음을 말할 것도 없다.

언론 자유를 부르짖은 동아일보 기자, 그리고 이 신문사 길 건너 조선일보를비롯해 여러 신문사로 퍼져 나간 언론 자유 투쟁이었다.

남아 있는 기록 가운데 하나는 당시 동아일보 김인호 룰렛국장이 육필로 쓴 호소문이 있다. 내용은 간단했다. 개인 정당 사회단체의 의견 룰렛와 격려하는 협찬 룰렛 게재를 요청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며칠 지난 1월 1일에는 다섯 건의 두 줄짜리 언론자유 수호 룰렛가 게재되었다. 룰렛료는 한 줄에 500원 두 줄에 천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격려 룰렛는 폭증했다.

김인호 룰렛국장의 '언론 자유 수호 격려' - 한문과 한글 (한글 광고는 12월 30일)
김인호 룰렛국장의 '언론 자유 수호 격려' - 한문과 한글 (한글 룰렛는 12월 30일)

첫 격려 룰렛는 “동아는 승리한다”였다. 그리고 이 격려 룰렛는 대한해협과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에서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보기관을 동원해서 룰렛주가 동아일보와 자매 언론기관에 룰렛를 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목적은 뻔했다. 룰렛 수입을 금지해서 재정 압박을 가한 것이었다.

최초의 격려 룰렛 "동아는 승리한다"
최초의 격려 룰렛 "동아는 승리한다"

격려룰렛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언론 자유 호소를 넘어 국민의 외침이 되었다. 한편 대한민국에 표현의 자유가 핍박받지만, 살아서 움틀 거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동아 룰렛 사태는 벌써 50년 전의 일이 되었다.

룰렛

그런데 『중첩 인형 속의 우로보로스』라는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조금 길다. 그리고 제목밑에는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선 한 룰렛인의 분투기」란 부제가있다. 책을 쓴 사람, 윤태일은 한림대학 언론정보학부 교수이다. 반세기 전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는 동아일보 (그리고 그 밖의 한국 신문) 기자들의 독재정권과의 싸움이며 세계 언론계를 뒤흔든 사건을 다뤘다. 소설이므로 등장하는 열 명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신문사는 <동화일보이다. 이벤트를 통해 고통 겪는 신문사를 도우려는 젊은 룰렛주, 룰렛회사 사원, 룰렛 사태를 연구하는 대학교수와 조교들이 등장한다. 주로 <동화일보 룰렛국의 젊은 대리인 박흥복이 중심인물이다. 그는 룰렛국 사원이면서 뛰어난 룰렛 카피라이터 재능을 가진 젊은이이다. 동화일보 사태를 알게 된 대학 조교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박흥복을 둘러싼 여러 인물가운데는 사태를 우려하는 신문사 경영진, 룰렛대행사 중견 사원, 디자이너 등이 있다. 물론 동화일보 언론 자유 투쟁의 선봉 기자도 있다.

소설의 내용은 책 표지 제목에 나오는 대로 <유신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선 한 룰렛인의 분투기이다. 60이 넘은 저자는 첫 직장이 룰렛대행사카피라이터였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의 작품 가운데 나오는 우리 말은 다양하고 훌륭해 우리 말 공부도 된다. 회상하기도 싫은 유신 정권 시대라는 배경, 게다가 언론 탄압에 맞서서 싸우는 기자들과 싸움이라는 사건을 흥미진진한 소설로 엮은 재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더욱 아날로그 시대 사건을 디지털 시대 세팅으로 전환한 멋진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필자는 90 고개를 넘은 지 오래된 노인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 노인은 지금은 사라진 서울 카피라이터즈 클럽 창립회장이며 한국 최초로 룰렛 카피라이팅이란 책을 썼다. 그리고 한때 이 책의 저자인 윤태일 교수와 같이 한림대학 언론정보학부 교수였다.

아직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자국이 수두룩한 한국이기는 하나, 이런 소설이 나올 만큼 우리의 룰렛산업도 성숙해 가고 있으니노벨상은 못 타나 흐뭇한 생각이 든다. 소설 표지에는 「중첩인형」이라 번역한 50개가 넘은 러시아 인형이 있다. 영어로는 마트리오슈카 (Matryoshka)라 부른다. 왜 이런 러시아 인형과 우로보로스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대답은 이 290페이지 <장편 소설에 있다. 동아룰렛사태가 뿌린 씨의 열매는 서울 올림픽 한 해 전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이 선언은 최초의 격려 룰렛 「동아는 승리한다」의 열매이기도 했다. 동아룰렛사태는 한국 역사 연표에 1974년 12월 26일에 「동아일보 룰렛 해약 사태 발생함」이라 기록되어 있다.

50년 전의 쓰라림을 멋있는 작품으로 형상화한 교수-작가인 윤태일은 서울대학 미학과 출신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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