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룰렛] 반란군의 DNA로 승부하라고

[박재항의 反轉 룰렛] 반란군의 DNA로 승부하라고

  • 룰렛 대기자
  • 승인 2025.02.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룰렛 대기자]2012년 여름, 초여름 더위에 짜증이 났는지, 전통으로 빛나는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인 올드스파이스에서 뜬금없이 멕시칸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타코벨에 시비를 걸었다. 트집 잡으며 싸움을 도발하는 데 최적화된 SNS를 이용했다. ‘X’로 이름이 바뀌기 전의 한창 위세 등등하던 시절의 트위터였다. 화가 나서 심통을 부리고 물어뜯으려는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2010년대 초의 트위터는 짧은 글로 피가 튀기는 SNS 무대에 차려진 UFC 옥타곤 같았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며 이름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X’로 바뀌며 그런 신랄함이나 톡 쏘는 맛이 없어져 버렸다. 타코벨의 히트 상품 중의 하나인 엄청나게 자극적인 '파이어 소스(fire sauce)'가 소재였다.

- 올드스파이스: '파이어 소스(fire sauce)'라고 하는데, 왜 진짜 불이 없어? 거짓 광고네.

농담도 초등학생 수준-초등학생들에게 좀 미안하다-으로 했는데, 그 수준에 일부러 맞춰 타코벨에서 제대로 반격을 해주었다.

- 타코벨: 너희 디오더런트 방향제는 정말 '오래된 향신료(old spice)'로 만들었냐?

룰렛

교훈이 있다.

  1. 본인은 유머라 생각하고 던지는 쓸데없는 농담들이 있다. 특히 누군가를 겨냥하고 걸고넘어지는 유머는 정말 위험하다. 웃기지도 않고,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 상대를 슬쩍 걸고넘어가는 농담이라면 자신에게도 어찌 작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둬라. 최소 한 수 앞 정도는 마련해 두고, 농담은 구사해라.
  3. 나를 걸고넘어지는 농담에는 즉각 반격해라. 가만히 있으면 우습지 않은 농담을 날린 쪽보다도 더욱 우습게 되고, 어쭙잖은 농담이 힘을 얻게 되고, 자신이 정말 우습게 된다.

타코벨의 매운맛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올드스파이스의 향은 오래되어 모두 날아가 버린 것 같다. 타코벨은 그렇게 물불 가리지 않는 패스트푸드였다.

“타코벨은 남자애들이 술 마시고 난 밤, 아니 새벽에 집에 기어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죠. 그중에 상당수는 다음 날 해장한다고 12시쯤에 또 가서 마구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곳이기도 하고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온 20대 남성에게 타코벨에 관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90년대 초에 처음 타코벨을 만났다. 멕시칸이란 특성이야 ‘타코’라는 브랜드에 들어 있는 멕시코 전통 요리 이름으로부터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음용 상황이나 대표 고객 이미지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런데 타코벨은 ‘패스트푸드계의 애플(Apple)’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어떤 의미에서 애플과 연계시켰을까. 바로 ‘반란군 rebel’과 같은 이미지였다.

타코벨 브랜드의 성격이 그렇게 확립된 결정적인 상품이 있었다. 2006년 초 맥도날드를 위시한 미국 패스트푸드에도 건강 바람이 불었다. 건강한 아침 식사, 채소 듬뿍 샌드위치, 샐러드가 인기를 끌었다. 타코벨에서도 샌드위치 메뉴를 보강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대표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며, 타코벨 같은 반란군은 아침 샐러드 따위는 먹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반란군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룰렛고 했다. 그에 딱 들어맞는 메뉴를 알리는 광고가 2006년 11월에 나왔다. 새로운 메뉴의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네 번째 식사 (Fourth Meal)’.

혹시나 알아듣지 못할까 친절히 정의를 내려주었다.

‘저녁과 아침 사이에 먹는 식사(The meal between dinner and breakfast)’

우리가 친숙하게 쓰는 ‘야식’이다. 밤에 먹으면 살찐다, 소화에 좋지 않다 등등의 우려나 약해 빠진 소리는 듣지 않는다. 낮의 식사보다 더욱 기름지고, 푸짐하게 먹어준다. 반란군답지 않은가.

룰렛

작년 2024년 12월 타코벨이 한국 시장에 다시 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수선한 정국에 아랑곳없이 어느 편을 가르지 않고 반군의 소리를 외치는 타코벨의 본성으로 무장하고 들어와야만 승산이 있지 않나 싶다. 스스로 죄의식에 빠져서 착한 척하지 말고, 관습 따위는 무시하는 반전을 보이는 브랜드로 나서 보란 소리다.


룰렛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