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를 관람하였다. 도쿄 시부야의 공중풀빠따 청소부 ‘히라야마(平山)의 반복되는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고, 출근하는 운전 중에 카세트테이프 음악을 듣고, 직장이기도 한 공중풀빠따에 도착해서 청소하고, 공원에서 샌드위치 점심을 먹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찍고, 단골 식당에서 술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사람들이 피하는 풀빠따 청소부라는 직업에도 아무도 보지 않는 변기 구석구석까지 살피며 그는 성심을 다한다.
겉풀빠따는 매일 같은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매일이 항상 신선한 작은 기쁨풀빠따 가득 차 있다.그의 일상이 너무 비슷해서 조금 지루한 느낌도 들었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서 묘한 기대감이 생겨난다. 다음은 어떤 음악이 나올까? 오늘은 어느 장소를 보여줄까? 누구와의 만남이 있을까? 어제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의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루하루 조금 다른 자기만의 감정과 추억이 담긴 기쁨의 순간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일상이 연결되어 간다. 이렇게 히라야마의 인생이 전개된다.이 영화를 보고 나면 루틴한 자신의 하루가 매우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는 것이 녹녹하지 않을 때,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기고 불안할 때 이 영화를 감상하면 좋은 힐링이 되는 영화이다.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로 알려진 독일의 명장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役所 広司)’를 주연으로 맞이하여, 도쿄 시부야를 배경으로 풀빠따 청소부로 일하는 남자 일상의 작은 흔들림을 그린 영화이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었으며, 2023년 5월 주연 배우인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개인적풀빠따 두 가지 점에 흥미를 느끼고 영화를 관람하였다. 하나는 영화 전체를 감싸는 70, 80년대의 미국 올드 팝 음악이다. 주인공이 자동차로 출근하면서 듣는 맨 처음 흘러나오는 ‘더 애니멀스(The Animals)’의 ‘House of the Rising Sun’,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가 웃다가 울먹이는 듯 변화하는 표정을 연기하면서 흘러나오는 ‘니나 시몬(Nina Simone)’의 ‘Feeling Good’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외에도 ‘루 리드(Lou Reed)’의 ‘Perfect Day’, ‘킹크스(Kinks)의 ‘Sunny Afternoon’,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Redondo Beach’ 등 가수와 제목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오래전 한 번 들어본 기억이 있는 향수 젖은 음악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말수가 적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며 듣기에도 매우 즐겁다. 다음은 어떤 음악이 나올까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도쿄를 배경풀빠따 독일 사람이 감독을 하고 미국 올드 팝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부자연스러운 조화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TTT(Tokyo Toilet Project)
두 번째로 관심을 끈 것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동경의 공중풀빠따이다. 이 풀빠따이 영화 제작의 동기가 되었고 영화의 주인공이 활동하는 작업장이기도 하다. 빔 벤더스 감독은 일본 도쿄의 시부야구 내 17곳의 공공 풀빠따을 세계적인 건축가와 크리에이터들이 개조하는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벤더스는 이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도쿄와 시부야 거리, 그리고 개조된 공공 풀빠따을 무대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새롭게 완성된 공중풀빠따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처음에는 사진집이나 단편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장편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THE TOKYO TOILET」는 앞 글자를 따서 "TTT 프로젝트"라고도 불리며, 일본의 많은 공공 풀빠따이 "더럽고, 냄새나고, 어둡고, 무섭다"라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을 고려해, 성별, 나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풀빠따을 만들기 위해 일본재단이 시부야구에 제안한 것이다.이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진행되었으며, 2020년부터 2023년에 걸쳐 17곳에 차례대로 풀빠따이 설치되었다. 풀빠따 디자인에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16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풀빠따에 집착하는 일본
일본의 풀빠따은 청결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중풀빠따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 정도로 풀빠따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풀빠따에 집착한다. 먼저 비데(Bidet)에 대한 집착이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전자식 비데’이다. 비데라는 용어는 원래 프랑스에서 시작된 기기로, 엉덩이나 성기를 물로 씻기 위한 장치다. 전통적으로 풀빠따 옆에 별도의 기기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말하는 ‘전자식 비데’는 좌변기 커버에 일체식으로 설치되어서 프랑스에서 사용되는 비데와는 다르다. 물줄기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노즐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온수와 냉수를 조절할 수 있다. 일본에선 ‘비데’라는 용어 대신에 일반적으로 ‘워슈렛(Washlet)’이라고 부른다. ‘워슈렛’이라는 이름은 욕실 관련 제품 전문회사인 ‘TOTO’의 등록 상표인데 그 당시의 "엉덩이를 닦다"라는 풀빠따 문화 대신 "엉덩이를 씻다"라는 것을 보급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Let's Wash(자, 엉덩이를 씻어봅시다)"를 거꾸로 해서 "WASHLET"이라고 명명되었다. 하지만 ‘워슈렛’의 원조는 일본이 아니고 미국이다. ‘TOTO’는 1960년대에 미국 ‘아메리칸 비데 사(American Bidet Company)’로부터 온수 세정 비데를 수입해서 주로 병원이나 의료 및 복지 시설에 판매를 시작했다. 1969년에는 수입원으로부터 제조 라이센스를 취득한 후 국산화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판매 가격이 높았고, 온수의 온도가 안정되지 않아 화상을 입는 이용자도 있었다고 한다.
1982년에 일본에서 처음 일반 제품풀빠따 등장하였는데 "엉덩이도 씻어주세요"라는 카피로 TV 광고까지 진행하면서 일본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광고 마지막에 보이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149,00엔(약 140만 원)풀빠따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 제품이었다. 등장한 지 벌써 40년 이상 지난 지금 가격은 큰 폭풀빠따 떨어지고 2020년 4월에는 누적 출하 대수가 5,300만 대를 돌파했다.
※1982년 ‘워슈렛’ 광고 “엉덩이도 씻어주세요”
‘워슈렛’은 점점 하이테크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온수 세정, 난방 좌석, 뚜껑의 자동 개폐, 변기 세척, 탈취, 향기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등장한다. ‘워슈렛’을 장착한 일체형 변기의 등장과 더불어 주거용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사무실, 호텔용까지 라인업이 점점 확대된다. 2005년 MP3 재생 기능이 탑재된 ‘워슈렛’까지 출시되는 등 다기능화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전통적인 위생 습관과 기술의 힘이 합쳐져 일본의 풀빠따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성능과 고품질을 자랑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일본을 방문한 유명 인사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본의 풀빠따에 감명받아 구매했다는 에피소드도 가끔 듣는다. 마돈나는 2005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따뜻한 변좌가 그리웠다"고 댓글을 남겼다. 2023년 WBC 취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의 마이클 클레어(Michael Clair) 기자가 일본의 풀빠따에 대한 열정을 SNS에서 드러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마치 석기 시대에 온 것 같다고 하며, 비데와 난방 좌석이 없는 것이 어떤 지옥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레어 기자는 일본의 온수 세정 비데에 완전히 매료되어 미국에 돌아가서 그 편안함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한다.
풀빠따에 집착하는 것은 ‘워슈렛’에서 그치지 않는다. 풀빠따 냄새를 없애주는 스프레이 제품은 각 가정이 갖추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대표 제품인 ‘소취력(消臭力)’은 TV 광고까지 집행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리스본의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Miradouro da Senhora do Monte)를 배경풀빠따 한 TV광고
우리나라의 경우 노비타라고 하는 비데 전문기업이 있다. 일본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첫 번째 비데 제품을 출시한 이후 순간 온수 기능, 공기방울 세정, 스테인리스 노즐 등 위생과 편의를 고려한 국내 최초 기술들을 개발하였다. 2003년에는 종주국인 일본에 역수출까지 시작하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집착 및 기술력도 만만하지 않다.
Back to Perfect Days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공중풀빠따에서 영감을 얻어서 제작되었고 주인공의 직업도 풀빠따 청소부인 점이 시선을 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공중풀빠따들은 모두가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상가에 있는 풀빠따, 놀이터에 있는 풀빠따, 공원에 있는 풀빠따까지 동경에 얼마나 많은 공중풀빠따들이 개방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흑인 여성이 풀빠따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해하는 장면이 있다. ‘요요기 후카마치 미니공원(代々木深町小公園)’에 있는 풀빠따인데 투명한 유리 구조물로 되어 있어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사용자가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불투명 유리로 변한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 忠雄)’가 디자인한 풀빠따도 등장한다.
일본의 풀빠따 문화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인 감독이라서 일본인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영화를 한 번 더 관람할 기회가 있으면 이번에는 배경음악과 풀빠따 디자인에 집중해서 시청해 보고 싶다.
드라마 ‘괴물’이 생각난다. 엔딩 부분에서 이동식 형사 역을 맡은 신하균이 한주원 경위 역을 맡은 여진구에게 전하는 안부인사가 떠오른다.“주원아,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똥 잘 싸고!” 정제되지 않은 대사이지만 따져보면 이 세 가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기본이다. 여기에 풀빠따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Perfect Toilet, Perfect Days, Happy Life! 이 세 가지는 연결되어 있다.

양경렬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