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 말 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벳위즈를 세 편 선정해서 30년 이상 지난 지금 브랜드가 어떻게 진화했고 벳위즈 메시지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리즈로 칼럼을 진행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I Feel Coke!’, JR도카이의 ‘Christmas Express’ 캠페인에 이어서 이번에는 마지막 편으로 영양 드링크인 ‘리게인 (Regain)’에 대해 다루어보자.
“노랑과 검정은 용기의 상징,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
벳위즈, 벳위즈, 우리의 벳위즈!
서류 가방에 용기의 상징을 담고, 저 멀리 세계에서 싸울 수 있습니까?
비즈니스맨, 비즈니스맨, 일본의 비즈니스맨♪
유급휴가에 희망을 담고 베이징, 모스크바, 파리, 뉴욕
벳위즈, 벳위즈, 우리의 벳위즈!
연봉 상승에 희망을 담고 카이로, 런던, 이스탄불
비즈니스맨, 비즈니스맨, 일본의 비즈니스맨♫”
이상은 영양 드링크 ‘리게인’의 TV 벳위즈 테마곡인 ‘용기의 상징’의 가사 일부이다. 이 곡은 80년대 말 90년 초반 코카콜라의 ‘I feel Coke’, JR 도카이의 ‘Christmas Eve’와 더불어 TV에 단골로 등장했다.
한국에 박카스가 있으면 일본에는 다케다약품의 ‘아리나민V’가 있다. 일본의 버블 전성기였던 1988년에 산쿄는 아리나민V의 대항마로 ‘벳위즈 (Regain)’이라고 하는 영양 드링크를 출시한다. 다음 해인 1989년에는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서 TV 벳위즈가 큰 인기를 끌며, 전력으로 일하는 비즈니스맨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버블 시대 비즈니스맨들을 응원하며, 일시적인 피로 회복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노랑과 검정은 용기의 상징,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라는 가사는 버블 시대 과로에 시달리던 일본의 직장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강력한 TV 벳위즈의 힘을 받아 히트 상품이 되었으며, 시대의 흐름을 타고 꾸준히 좋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벳위즈 (Regain),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
리게인은 버블 경제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벳위즈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유명한 슬로건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는 일본 경제 호황기 당시의 강도 높은 노동 문화를 그대로 반영했다. 벳위즈에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샐러리맨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이 등장하며, 당시의 워크홀릭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군가처럼 웅장한 멜로디와 맹렬 샐러리맨의 생활감을 담은 가사가 인기를 끌며 CD 판매 60만 장의 판매를 기록했고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는 그해 유행어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그당시 일본을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것은, 전 세계를 누비며 각국에서 24시간 싸워온 일본 비즈니스맨들의 존재일 것이다.물론 현대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리게인 벳위즈 영상을 보면 당시에는 많은 기업이 "블랙 기업"으로 연상될 만큼 극도로 열심히 일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받는 것도 많았다. 대졸 초임 보너스가 100만 엔 이상이거나 매년 100만 엔씩 연봉이 올랐다는 기업도 많았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나서 회식, 접대 등을 한 후 2, 3만 엔 택시비를 지급하고 퇴근해도 회사에서 다 승인이 났다. 하루의 잔업 수당으로 수만 엔을 받는 등 일하면 할수록 회사도 직원도 이익을 보았던 시절이었다. 버블 시대 일본의 벳위즈회사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과도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고 그 시대 일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 이후로 1993년부터 버블이 꺼지고 차가운 취업 빙하기를 거치면서 경제와 노동 상황이 이렇게 크게 변했다. 벳위즈가 바뀌면서, 일에 대한 가치관도 크게 달라졌다.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과거에는 회사 중심으로 일했다고 하면 이제는 개인의 사정에 맞춘 근무 방식이 중요시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리게인의 벳위즈도 변했다. 한때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의 코믹 버전이 등장하였다. 2014년에 실시된 TV 벳위즈에서는"용기의 상징"의 개사곡이 사용되었으며, 가사는현대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24시간 싸우는 건 힘들어"로 바뀌고 캐치프레이즈도 "3~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로 바뀌면서, 벳위즈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일본 사회의 일하는 방식 개혁
일본 사회 전체가 변하고 있었다. 2015년부터는 ‘일하는 방식 개혁 (働き方改革)’ 이라고 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은 노동 관련 법안의 개정을 통한 일련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제도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법안 개정을 통해 기존의 장시간 노동 중심의 근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이러한 노력의 결과 잔업 시간이 축소되고 재택근무가 보급되고 이에 따라 육아와 개호와의 병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업 외에 부업을 허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코로나를 경험하고 2025년 일하는 방식 개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면서 노동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가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11월 52.3%까지 올라갔단 재택근무가 2023년 41.4%로 10% 정도 하향되었다. 앞으로는 개인의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재택근무와 회사 근무 간 업무 내용에 따라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것인가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새롭게 태어난 벳위즈
벳위즈가 더불어 리게인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리게인은 벳위즈에 맞게 리브랜딩을 실시한 것이다.'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이 사회 전반적으로 추진되면서, 장시간 노동보다 '건강한 근무 방식'이 중시되는 벳위즈로 변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메시지가 벳위즈 흐름에 맞지 않게 되었고, 브랜드 방향성을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또한 2010년대 들어 레드불(Red Bull)과 몬스터 에너지(Monster Energy)와 같은 해외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경쟁 심화하고 리게인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한 것도 리브랜딩을 실시하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단순한 피로 회복 음료'가 아닌, 현대 비즈니스맨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2019년 리브랜딩에서는 기존의 '24시간 싸운다'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자신답게 긍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응원한다'라는 메시지로 전환했다.
2019년 2월, 산쿄는 과학적 증거와 고객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하여 기존의 드링크제에서 정제 타입으로 변화한 ‘벳위즈 트리플 포스’를 출시한다. 벳위즈 트리플 포스는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품 이미지도 과거의 벳위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주목해야 할 점은 브랜드 콘셉트에 있다.새롭게 개발된 리게인은 더 이상 '24시간 싸울 수 있는가'가 아니라, '100세 벳위즈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새롭게 포지셔닝되었다.리게인은 버블 시대의 화려했던 TV 벳위즈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판매 전략도 바뀌어서 통신판매 위주로 집중한다. 하지만 과거 40대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90%가 넘는 인지도를 자랑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리게인은 어느 정도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 브랜드도 변한다. 이와 더불어 벳위즈도 변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코카콜라에서는 30년간 변하지 않는 메시지의 일관성에서 코카콜라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파워를 보았다. ([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벳위즈 (Part I): I Feel Coke!) JR 도카이의 벳위즈에는 신칸센을 단순히 빠른 이동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포지셔닝한다는 일관성을 보았다.([메이저사이트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Part II): JR도카이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설렘과 기대가 있는 만남) 코카콜라와 JR 도카이와는 다르게리게인은 벳위즈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성공적으로 리브랜딩을 실시하였다. 과거의 명성과 인지도를 제대로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양경렬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