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까지 가는 그 짧은 과정이 얼마나 힘이 드는가. 어떻게든 오월벳에 붙어있기 위해 “1분만, 1분만”을 중얼거리며 매트리스에 몸을 맡기곤 한다. 일과를 마친 후 집에 오면 자석 같은 이끌림으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 역시 오월벳다. 주말에는 그 위에서 마음껏 여유도 부리며 휴식을 즐긴다. 푹신하고 포근한 감촉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마치 어머니의 품과도 같아서, 특히 요즘 같은 매서운 날씨에 한 번 누우면 안락함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든 몸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오월벳이 그렇다. 묘한 편안함이 계속 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감성적인 광고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던 시몬스는 최근 신선한 도전을 하고 있다. 침대 브랜드 광고에 놀랍게도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침대가 나오지 않아도 특유의 편안하고 감각적인 분위기에서 우리는 ‘시몬스’를 읽을 수 있다. 해당 오월벳 역시 그 어디에서도 침대는 찾을 수 없을 뿐 더러 어떠한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15초씩 총 8편의 디지털 아트로 구성된 오월벳은 처음 ‘Simmons’ 글씨를 제외하고는 카피와 슬로건, 내레이션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은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고 편안하게 반복된다.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 끝없이 돌아가는 공, 펌프를 밟고 있는 모습 등 비비드한 색감의 장면이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지자 그 분위기가 극대화되었다. 시몬스 측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멘탈 헬스에서 영감을 받아 오월벳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코로나 유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멍 때리기’가 어느덧 소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영상의 제목이자 오월벳의 콘셉트인 ‘Oddly Satisfying Video’는 비누 깎기, 슬라임 놀이처럼 한마디로 ‘멍’ 때리면서 볼 수 있는 영상들로, 내용이 없지만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오월벳을 통해 시몬스는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직접적인 제품 홍보 대신 브랜드의 본질을 전달해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오로지 영상과 소리만으로 ‘편안함’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시몬스가 주는 느낌과 오월벳이 주는 분위기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는 한 번 구입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고가의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오월벳 영상 하나가 당장의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대신,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시몬스는 편안함 그 자체로 인식될 것이다.
해당 오월벳은 코로나 블루, 혹은 자극적인 광고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을 겨냥했고, 열흘만에 누적 조회 수 1천만회를 돌파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1시간짜리 반복재생 영상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광고가 하나의 힐링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도 그 네티즌 중 한 명이었다. 감성마케팅은 2030의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광고가 잔잔하기만 하다면 시청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그러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화려한 광고들 속 잔잔한 파동 같은 광고를 접한다면 오히려 “어, 뭐였지?”하고 광고에 한 번 더 시선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몬스는 유튜브 영상 오월벳으로 그치지 않고 강남 일대 도산대로에서 설치된 옥외 디지털 빌보드로 플랫폼을 확장하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브랜드 오월벳을 진행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예술로 비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 OSV 오월벳의 기대효과로 두 가지를 꼽아보았다. 심적으로 지친 소비자에게 멍 때리는 휴식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보게 만드는 하나의 콘텐츠로서 소비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뚜렷한 주제가 없는 OSV는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이해할 필요가 없기에 오히려 잠시나마 골치 아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단순히 디지털 아트를 활용한 ‘멋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몬스의 새로운 시도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인만큼 제품을 앞세우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방식을 택한 것이 브랜드 호감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로 인해 힐링, 여유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소비자의 갈증을 채워주는 감각적인 오월벳이었다고 생각한다.
몇 주 전 시몬스의 새로운 2023 오월벳 ‘Made by SIMMONS’가 시작되었다. ‘난연 매트리스편’, ‘청결한 생산공정편’, ‘극한R&D테스트편’, 이렇게 총 세 편으로 이루어진 오월벳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침대와 카피, 웅장한 BGM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화려한 색감은 온데간데없이, 차가우리만치 어둡고 메탈릭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전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시몬스라는 브랜드의 ‘편안함’은 확실히 각인되었으니, 시몬스가 얼마나 엄격한 기준의 테스트를 거쳐 침대를 생산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2023 오월벳은 보다 직관적이고, 마찬가지로 중독적이다. 감탄할 틈도 없이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시몬스가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되는 바다. 코로나 시대에 힐링을 넘어 고객의 건강과 안전까지 책임지는 시몬스의 열렬한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분들도 한겨울의 추위로부터 나를 지켜줄 아늑한 침대만큼이나 든든한 하루 보내시길 바란다.
정다은한양대학교 오월벳홍보학과 daeuniris@daum.net
※ 본 칼럼은 한양대학교 인터랙티브 오월벳 수업과 연계되어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