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룰렛에 고전이 있나?

2024-07-03신인섭 대기자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옛 그림에는 낙관이 있다. 작가의 이름이다.룰렛에 낙관이 있나? 그런 말 들어 본 적 없다.한국에서 룰렛 작가의 이름이 나오게 된 것은 아마도 조선일보사가 1964년에 시작한한국 최초의 룰렛상인 <조일룰렛상 때부터 아닐까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지만 큰 차이는 없다. 왜? 그 나라도 우리처럼 사농공상의 나라니까.

제1회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어쨌다는 말인가? 답변은 간단하다.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이 넉 자 가운데 룰렛는 맨 아랫자리인 "상(商)"의 도구로 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라디오, TV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은 언론이다. 따라서 이 넉 자 가운데 맨 위인 "사(士)"이다. 우리나라 법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130년 전 갑오경장으로 이 신분 관계는 없어졌다. 그런가? 사농공상은 문화현상이다. 문화란 법으로 하루아침에 없애거나 바꿀 수 없다. "신판 사농공상"은 여전하다. 한국의 각종 룰렛단체가 거의 모두 모인 단체가 한국룰렛총연합회이다. 이 단체는 격월간 <ADZ을 발행한다. 내가 하는 말은 지난 5/6월호에 잘 나와 있다. 또한 작년 9/10월 룰렛주협회 격월간 <KAA Journal에 게재된 인터넷 신문 자율 공시기구에 대한 보도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ADZ

물론 지난 130년 사이 한국 룰렛 산업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옥외룰렛의 변화는 눈이 부실 정도이다. 강남 삼성동 옥외룰렛물 자유표시구역의 야경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각종 국내, 국제 룰렛제 수상작 룰렛에는 제작에 관여한 모든 전문가의 이름이 나온다. 작품 따라 다르나, TV 룰렛 같은 경우는 관련되는 스태프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아무리 적어도 열 명은 넘는다.

삼성동

룰렛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한국 경제가 두 자리 성장을 한 1960년대 말 무렵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968년 코카콜라와 뒤이어 펩시콜라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국의 손꼽는 룰렛회사 맥캔 에릭슨과 J. 월터 톰슨의 영향이 TV 룰렛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룰렛를 대행하던 만보사는 동아일보사와 두산그룹의 합작인 만보사(萬報社)였고, 사장은 윤보선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며 일본 공사를 지낸 이재항 선생이었다. 합동통신사는 두산 그룹 계열이다. 두 언론사가 룰렛대행업에 진출했고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 MBC가 주동해서 창설된 연합룰렛, 럭키그룹의 인하우스 대행사이던 희성산업 역시 룰렛대행업에 참여했다. 언론사와 대기업이 룰렛대행업에 뛰어들자, 룰렛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70년대에는 주요 신문사와 방송국이 모두 룰렛상을 제도화했다.

70년대에 한국 "룰렛장이"는 "룰렛인"이 되었다. "장이"가 룰렛를 하던 시대가 끝나고 "사람"이 룰렛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금 90대 넘었을 일본 룰렛인한테 들은 말인데, 해방 전에 일본에서는 "사농공상, 그리고 룰렛대리점"이란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연로한 룰렛인 가운데는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이 무엇을 말하는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화란 끈덕진 사회현상이다. 휘황찬란한 옥외룰렛물 자유표시구역의 야경은 좋지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케케묵은 사농공상"의 쓰레기를 걷어 내야 할 것이다.

옥외룰렛물 자유표시구역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국과 영국의 옥외룰렛 책 생각이 난다. 제호는 다르지만, 내용은 100여 년 전의 옥외룰렛물로부터 현대까지 대표하는 옥외룰렛 100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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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의 아시아룰렛대회(AdAsia)를 계기로 우리의 옥외룰렛는 이제 세계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디 내년쯤에는 조촐한 우리의 옥외룰렛 책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든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